1. 계시의 기록 과정(inscripturation)
하나님의 계시는 일반계시와 특별계시로 나누어지며, 특별계시 중에서 문자로 기록된 계시가 성경이지만, 중간에 유실된 것도 있다. 따라서, 성경은 66권의 정경으로 선포된 형태로 이해되어야 한다. 성경신앙의 효시는 시내산에서 주어진 율법으로서, 하나님이 친히 기록한 십계명 돌판에서 비롯되었다.
- 출애굽기 24:12 – 내가 율법과 계명을 친히 기록한 돌판을 네게 주리라
- 출애굽기 31:18 – 증거판 둘을 모세에게 주시니, 이는 돌판이요 하나님이 친히 쓰신 것이라
- 출애굽기 32.15-16 – 그 판은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요, 글자는 하나님이 쓰셔서 판에 새기신 것이라
그뿐 아니라, 하나님은 그의 특별계시을 기록하여 후대에 전수하라고 명령하였다.
- 출애굽기 17.14 – 이것[아말렉 승전]을 책에 기록하여 기념하라
- 출애굽기 34.27 – 너는 이 말들[시내산 율법]을 기록하라. 내가 이 말들의 뜻대로 너와 이스라엘과 언약을 세웠느니라
- 민수기 33.2 – 모세가 여호와의 명대로 그 [출애급]노정을 따라 그 진행한 것을 기록하니라
모세는 이러한 하나님의 기록명령에 따라 “이 율법의 말씀을 다 책에 써서 마친 후에” 여호와의 언약궤곁에 두어 증거가 되게 하였다 (신 31.24). 율법의 기록은 그 역사적 배경인 출애급과정의 기록과 연결되었고, 또한 출애급의 역사적 배경으로서 그동안 구전으로 또는 토판으로 전해지던 구속사가 창세기로 기록되었다고 추정된다(창세기는 서론과 10개의 인물전 Toledot로 구성되어 있다. 출애굽기 17-40장, 레위기 1-27이 율법계시이며, 민수기와 나머지부분은 역사적 배경이다. 신명기는 모세가 율법을 다시 설명한 것이다).
그 후로, 계시의 말씀은 역사적 배경과 함께 기록되었다. 유대민족의 발생이후 족장시대를 거쳐 모세와 그 후계자 여호수아가 지도자로 지명되었으며, 사사시대를 거쳐 선지자와 왕의 시대로 진행되면서, 이스라엘민족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계시와 그 역사적 배경이 기록되었으며, 성문서는 영감된 신앙적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신약성경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하나님의 직접계시이며, 그 역사적 배경이 함께 기록되었고, 사도들이 성령의 영감으로 그의 말씀을 설명하는 서신서들이 중심을 이루며, 역사적 배경과 함께 기록되었다. 요한계시록은 환상을 통한 직접계시의 성격을 가진다.
2. 성경의 정경화 과정(canonization)
구약은 모세5경부터 시작하여 논란의 여지없이 즉각 하나님의 말씀으로 수용되었으며, 그후에도 이스라엘의 종교적 지도자들에 의하여 추가되었고 주전 4세기에 마감되었으나 정경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수용되어 39권이 축적되었다. 주후 90년경 유대교의 얌니아회의에서 39권이 정경으로 결정되었다는 전설이 있으나 분명치 않다.기독교회는 신약이 기록되자 즉각적으로 이를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수용하게 되었으며, 7권의 논란서(antilegomena), 즉 히브리서, 야고보서, 베드로후서, 요한이서, 삼서, 유다서, 계시록을 제외하고는 2세기에 이미 모든 교회가 일치하였다.
기준 혹은 규범을 뜻하는 정경(canon)의 개념은 352년경 아타나시우스가 최초로 사용하였다(니케아회의 결정문 18번). 363년 라오디게아회의에서 처음으로 정경논의가 있었는데 계시록을 제외한 26권에 대해 의견이 일치되었고, 3차 칼타고회의(397년)에서는 계시록을 포함한 27권을 정경으로 선포하였다. 그리스도의 말씀에 대하여 신뢰할만한 증인이었던 사도들의 역사적 전통이 정경 인식의 유일한 기준이었다.구약에 대해서는 기독교내에서 에스더, 전도서, 아가서가 문제되었으나, 그리스도와 사도들이 인정한 39권이 그대로 수용되었다.
정경은 교회의 일방적이거나 무리한 결정에 의하지 않고 성령의 감동에 의하여 교회가 여유 있게 일치하여 선포하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서, 교회의 결정에 의하여 성경이 정경이 되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교회의 자의적 인정에 의하여 하나님의 말씀이 되고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인 근거는 오로지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이며, 교회는 성령의 감동을 받아 그것을 인식하고 고백할 뿐이다.
로마교회는 구약에 7권을 추가하여 73권을 정경으로 인정한다. 이것은 외경(apocrypa)의 추가 때문이다. 70인경은 히브리성경의 헬라역본으로 정경 39권과 함께 15권의 외경을 포함시켰다. 이러한 전통은 자연스럽게 라틴어역인 벌가타본에도 유지되었으며, 이러한 외경을 근거로 한 로마교회의 의식과 교리가 정착됨에 따라 외경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종교개혁이후 구약외경 중에서 7권, 즉 토비트, 유디스, 마카비 일서, 이서, 시락, 바룩, 솔로몬지혜서를 선택하여 개신교회보다 7권 많은 성경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신약에서는 일치하고 있으며 초대교회 결정을 따르고 있지만, 구약에서 다르다.
종교개혁 당시 개신교회도 정경문제에 대하여 논란이 있었다. 루터는 히브리서, 야고보서, 유다서, 계시록의 정경성을 부정하여 루터의 번역성경에서 별도로 끝에 실었으며, 칼빈도 요한이서, 삼서, 그리고 계시록에 대하여 약간의 유보적 입장을 취하였다. 킹제임스역본은 구약과 신약사이에 외경을 삽입하였다. 그러나, 개신교회는 곧 66권의 정경을 재확인하고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등 신조에 명기하였다.
3. 성경의 형성 과정(formation)
성경은 오랜 기간동안 기록되고 축적되었으며, 편집되고 추가되는 형성과정을 거쳐 정경화되었다. 정경으로 확정된 이후에는 증보가 불가능하지만, 그 이전의 과정은 성경의 형성과정으로서 성령의 작용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 증보와 편집: 모세오경으로 시작된 성경은 계속 증보되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원초적인 계시기록이 역사적인 정황과 함께 연결되고 편집되고 증보되었으며, 역사적, 신학적, 사회적 연결성이 고려되었다.
- 계시의 해설: 원초적 계시에 대한 해설이 주해와 같이 추가되었으며, 후기나 편집자주의 성격을 가진 해설이 덧붙여졌다. 성경을 기록하는 대필자나 편집자, 비서 혹은 사관의 언급 혹은 해설을 발견할 수 있다.
- 자료조사: 참고문헌(대하 9.29), 전승, 연구조사(눅 1.1-4), 그리고 상고와 연구(벧전 1.10-11)의 과정을 거쳐 집필되었다.
– 우리 중에 이루어진 사실에 대하여, 처음부터 말씀의 목격자 되고 일군 된 자들의 전하여 준 그대로(paradosij, 사도들의 전승대로) 내력을 저술하려고(anatassomai, 순서대로 재현하려고) 붓을 든(epiceirew, 시도한) 사람이 많은지라. 그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akriboj, 정밀하게) 미루어 살핀(parakolouqew, 추적하고 조사한) 나도 데오빌로 각하에게 차례대로 써 보내는 것이 좋은 줄 알았노니, 이는 각하로 그 배운 바의 확실함을 알게 하려 함이로다 (누가복음 1.1-4) - 집대성: 시편은 주제에 따라 5부로 신앙시들을 집대성하였으며, 잠언도 솔로몬(1-29장), 아굴(30장), 그리고 르무엘왕의 어머니(31장)가 쓴 잠언들을 집대성하였다.
- 자료의 선별: 모든 자료를 수록하지 않고, 신앙공동체를 위해서 필요한 부분만을 선별 수록하였다 (열왕기상 4.32-33, 요한복음 21.25).
– 예수의 행하신 일이 이 외에도 많으니, 만일 낱낱이 기록된다면 이 세상이라도 이 기록된 책을 두기에 부족할줄 아노라 (요한복음 21.25) - 교회의 인정: 동일한 범주의 문서들 중에서는 교회가 지배적으로 수용하는 문서가 정경이 되었다. 이스라엘 역사서는 여러 종류가 존재하였으나(역대하 9.29), 사무엘-열왕기와 역대기가 선택되었으며, 복음서도 많은 경합이 있었으나(누가복음 1.1-4), 4복음서만이 채택되었다.
- 점진적 유포: 성경문서는 특정 공동체를 대상으로 하여 기록되었으나, 다른 공동체에도 적용성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점차 널리 유포되어 성경으로 공유하게 되었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은 본래 데오빌로 한사람을 위하여 기록되었으나 점차 교회 전체에 퍼졌고, 바울은 골로새서를 라오디게아교회에도 읽게 하고 다른 편도 그리하도록 하였다(골로새서 4.6).
- 유실과 잔존: 유실된 문헌은 비록 정경성을 가진다 할지라도 정경에 편입될 수 없었다. 고린도중서와 라오디게아서와 같은 서신은 유실되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정경에 포함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