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실된 역사의 끈을 따라
쿠르드인(Kurdish)은 약 4~6천년 전에 인도 북부에서 현재의 지역으로 이주해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현재의 지역에서 인도 북부지역으로 이주해 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일부 학자는 인도 북부에서 현재의 지역으로 이주해 왔다가 일부가 다시 인도 북부로 돌아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즉 다시말해 쿠르드인이 언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쿠르디스탄’ 지역으로 이주해 왔는지에 관해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전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인도 북부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는 것만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인도 북부지역에는 쿠르드어의 방언 중 하나인 자자키와 아주 유사한 언어를 사용하고 쿠르드족과 아주 유사한 전통을 갖고있는 소수민족이 살고있습니다. 쿠르드인은 이들 역시 쿠르드인의 일부라고 주장을 하고 있고 그 개연성은 대단히 높지만, 그들이 정말 쿠르드인인지 여부가 학술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소실된 역사…수메르 문명의 흔적에 남아 있는 쿠르드
쿠르드인은 언어는 있지만 문자는 없었던 관계로 그들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뒤늦게 일부 선구적 쿠르드 지성인들이 쿠르드족의 역사와 관련된 기록들을 일부 남겼지만, 무스타파 케말(터키 건국의 아버지로 알려진 이)에 의해서 쿠르드와 관련된 기록들이 모두 불타서 빈약한 기록마저도 더이상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쿠르드의 역사와 관련된 체계적인 연구는 대단히 빈약합니다. 독자적인 정부를 갖지못한 쿠르드족은 쿠르드학이란 분야를 발전시킬 수 없었기에 그나마도 대부분이 유럽 등 서구의 학자들에 의해서 쓰여졌습니다.
하지만 쿠르드족이 아주 오래된 전통과 문화를 갖고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인류 최초의 문명으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 그 중에서도 북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생한 수메르 문명의 흔적인 점토판에 쿠르드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쿠르드족이 바로 수메르 문명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학자도 있기는 하지만, 이는 밝혀지지 않은 주장입니다. 단지 확실한 것은 그때부터 수메르 문명과 교류를 나눌만큼 상당한 수준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쿠르드족을 칭할 때 인도 북부에서 이주해온 하나의 민족이라고 간단히 정의하기는 힘듭니다.
현재의 쿠르디스탄 지역에는 여러 민족들이 정착하는데 그 중 한 민족이 쿠르드란 이름을 갖고 있었습니다. 쿠르드 이외에도 쿠티(Guri), 메데(Mede), 마르드(Mard), 카르두치(Carduchi), 고르디예네(Gordyene), 아디안베네(Adianbene), 질라(Zila) 그리고 칼디(Khaldi) 등의 민족이 이 지역에 정착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 민족은 서로 어우러져 살아왔었고 그 중 수가 가장 많았던 쿠르드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쿠르드족은 이 모든 민족의 후예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
통칭 쿠르드라고 불리우는 이들 여러 민족이 살아왔던 터전인 쿠르디스탄에서 인류 최초의 농경이 시작되었고, 최초의 문자가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처음으로 가축을 길들였으며, 불에 구운 도자기를 처음으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최초의 도시가 건설되었고 처음으로 천을 짜서 옷을 만들어 입었습니다. 하지만 800년 넘게 다른 민족을 정복하여 제국을 형성한 경험이 없는 쿠르드 족은 그들의 역사를 기록할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역사는 정복자에 의해서 기록됩니다. 그리고 특히 중동의 역사는 서구 학자들 혹은 최근 들어 국가를 설립한 일부 아랍 국가에 의해서 많은 부분들이 정리되었습니다. 그래서 인류 문명에 있어서 쿠르드 족의 기여는 거의 무시되고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쿠르드족에 대한 탄압의 일환으로 그나마 미약하던 쿠르드족에 대한 기록들이 많이 소실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단편적으로나마 남아있는 쿠르드족의 역사에 관한 글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최근 터키에서는 쿠르드어 국영 방송국에서 쿠르드어 채널을 새로 개설하였습니다.
터키, 쿠르드어 채널 개설…”아직 완전한 자유는 아니야”유럽연합의 압력으로 쿠르드어를 금지하는 것이 더이상 불가능해 지면서 터키에서는 쿠르드어의 사용에 관한 여러 전향적인 조처가 취해졌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쿠르드어 방송의 허용입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불과 몇개월 남겨놓은 상황에서 시작된 쿠르드어 채널은 선거용이란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비록 선거용이라고 하더라도 불과 7~8년 전까지만 해도 쿠르드어 사용 자체가 범죄행위였던 것에 비하면 대단한 변화인 것은 사실입니다.하지만 아직 쿠르드어가 완전한 자유를 얻은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2007년 총선에서 쿠르드어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던 쿠르드 정당(DTP;사회민주당)의 한 지역당 위원장이 최근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비록 정책으로는 쿠르드족에 대한 유화책을 펼치고 있지만 법의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기에 쿠르드어 사용은 아직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 정부의 유화 정책은 이슬람 주의 정당인 현 집권 정의당(AKP)이 세속주의 세력과 권력싸움을 하면서 같은 무슬림인 쿠르드족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할 필요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인구의 25~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청되는 쿠르드족의 지지 없이는 비록 집권여당이라도 행정부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세속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군부와의 권력싸움이 대단히 버겁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럽연합 가입을 위한 제스처 이기도 합니다.하지만, 쿠르드족에 대한 유화정책은 터키족 주류의 의식이 바뀌어서라기 보다는 한반도 일제 점령기의 문화정책과 비슷한 기만정책으로 보입니다.
즉 유럽연합 가입이 무산된다거나, 혹은 군부건 행정부건 어느 한쪽이 권력싸움에서 완전히 승리를 거두거나 하게되면 쿠르드족에 대한 탄압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상존하고 있습니다.만약 터키에 오실 기회가 있는 분이라면 터키 서부의 유명 관광지에서 호텔 종업원, 여행가이드 혹은 여행안내소 등에서 터키 동부지역을 여행하고 싶다고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운좋게 쿠르드족 출신을 만나게 된다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그지역은 전쟁이 이어지고 있고, 도둑놈이 득실거리며, 사람들은 대단히 폭력적이고 또한 경제적으로 대단히 낙후되서 여행을 하기가 너무 불편하니 가지 않는게 좋을 것’이라는 충고를 받게 될 것입니다.
참, 만약 질문을 하면서 ‘쿠르디스탄’이란 단어를 언급한다면 비록 외국인 관광객일 지라도 폭행을 당할 가능성이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from : newscha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