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독립한 신생국가들은, 근대국가가 지향하는 방향과 이념이 이슬람 원리주의적 국가에 대한 이해와 다르기 때문에, 국가 내에서 원리주의자들과 근대 개혁주의자들 간의 갈등을 안고 있다. 개혁주의자들이 근대화를 도모하는 한편, 신정체제를 주장하는 원리주의자들은 개혁주의자들이 세속적 방향으로 국가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보고, 꾸란과 샤리아에 근거한 이슬람 신정 국가를 형성하기 위해 투쟁해 왔다.
원리주의자들의 정치적 목표는 이슬람 원리로 잘 훈련된 무슬림들로 하여금 사회의 각 분야의 요직을 맡게 하여 한 국가 전체를 다르알 이슬람(이슬람의 집 또는 평화의 집)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의 이상적인 목적은 ‘인간 생활의 모든 체제가 신에 대한 예배와 예언자 무함마드의 가르침 위에 세워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건설하고자 하는 국가에 대한 개념은 어떤 것인가.
‘이슬람 국가’ 개념은 이슬람의 핵심적 교리인 신의 유일성 ‘타위드’(unity, oneness)를 나타내는 “알라(신)의 권위 외에는 다른 어떤 권위도 없다.“(La Hukma il Allah)(수라 2:163; 112:1)라는 꾸란 구절에 근거한다. 서구 민주주의가 국민의 주권에 기초하고 있다고 하면, 이슬람 국가는 ‘신에게 주권이 있고 사람이 그것을 대리한다’는 기초 위에 세워진다.
- 이슬람 국가가 세워지는 기본 원리들은 살펴보면, 첫 번째의 원리는 신의 주권에 대한 인정이다. 그 실천적 의미는 이슬람 사회에서 법의 원천이 사람이 아니라 바로 신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통치자나, 단체나, 국가나, 또는 국민조차도 법을 만들 권리를 갖지 못한다. 오직 신만이 법 수여자(lawgiver)이고 권위를 가진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신의 뜻’과 상관없이 법률제정을 할 수 없고, 신이 명령한(계시해준) 것을 바꿀 수 없다. 따라서 이슬람 국가는 예언자(무함마드)를 통해 전달된 신의 법 위에 세워져야만 한다. 이슬람 정치제도에서 모든 법은 궁극적 권위가 되는 꾸란과 하디스에 근거하여 신의 뜻에 귀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모든 일의 원천은 신의 뜻이고 그런 의미에서 신만이 법 수여자가 된다.
- 이슬람 국가의 두 번째 기본 원리는 예언자로서의 무함마드 권위이다. “예언자(무함마드)에게 복종하는 자는 알라(신)에게 순종하는 자이다(수라4:80)”라고 꾸란은 선언하고 있다. 예언자의 이런 역할은 무하마드의 언행이 법의 궁극적인 기초들의 하나가 되는 근거이다.
- 세 번째의 기본 원리는 신의 대리자로서 국가의 위치다. 국가는 국가의 이름으로 법을 만들거나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자로서 행한다. 이런 원리도 역시 지상에서 칼리프나 혹은 신의 대리자 임명에 대해 말하는 꾸란(수라24:55)에 근거한다. 그러면 이런 대리인은 누가 될 수 있는가. 꾸란은 대리권을 특정 부족이나 특정 계층이 아닌 이슬람 공동체에 부여한다. 이슬람 국가의 통치는 하나의 대리자에 의해 운영되는 데 그것은 다른 대리자들의 공동체가 그에게 대리권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위임받은 대리자는 신의 모든 법을 시행하지만, 신의 법이 규정한 것을 넘어갈 수 없다. 공동체의 지도자는 신의 대리인들(인민)의 대리일 뿐이기 때문에, “인민의 대리직”은 이슬람 국가의 민주제의 기초를 이룬다고 무슬림들은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의 대리자로서 이슬람 정부는 이슬람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강제력을 행사하고 그 독재성을 정당화할 여지를 갖고 있다.
- 네 번째의 원리는 이슬람 국가 일은 무슬림들의 슈라(협의회)에 의해 행해진다는 것이다. 국가의 지도자 선택은 슈라의 규율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슬람적 상황에서 독재나 왕정이나 전제정치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슬람 국가가 일을 처리하는 데 무슬림들의 합의를 얻고 슈라를 구성한다는 근거를 제시하면서 무슬림들은 이슬람 국가가 민주적인 국가라고 주장하고, 이것을 신정민주제(theo-democracy)라고 불렀다.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하면 국가의 목적은 폭군을 막고 각종의 악을 방지하며 국가의 영토를 보존하는 것과, 근본적으로는 사회정의가 균형 잡힌 제도를 육성하고 온갖 종류의 덕을 고무하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정치권력이 요구되고 국가가 모든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화되며, 그 방법은 포괄적이고 보편적이어야 한다. 이것은 ‘인간 생활의 전 범주와 관련되기 때문에 아무도 자기의 일의 어떤 분야를 사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이슬람 국가는 종교적 원리 위에 기초한 전체주의적인 국가이다. 원리주의자들은 종교적 원리에 따라 최대한의 통제가 있는 정부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체주의적 성격을 무슬림들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호라는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는 이념적 국가(ideological state)이다. 신의 뜻에 복종하는 모든 사람은 그 공동체에 들어오게 되고, 그렇게 해서 바로 ‘이슬람 공동체(움마)’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슬람 공동체는 인종별로 구성된 사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념적 사회인 것이다. 이슬람국가의 시민들을 결합시키는 요소는 바로 이념이며, 이 이념은 인간 사회의 개혁을 목표로 한다. 이슬람 국가는 그 이념을 고수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리주의자들은 국가의 지도자들에 따라 한 국가의 이슬람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슬람에 헌신된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국가의 제도나 조직을 이용하여, 그 국가의 집합적 생활을 모두 변화시킬 것을 기대한다. 그들은 국가에서 이슬람법의 시행을 촉구하며, 이슬람 정신을 국민들에게 고취시킬 수 있는 그리고 이슬람을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를 바라고 있고, 그럼으로써 하나의 통일된 신정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한국 이슬람 연구소 김영남)♡